글/떠오르는 것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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첫 눈글/떠오르는 것 2019. 12. 14. 14:39
오늘 내가 사는 곳엔 눈이 왔어. 이번 겨울 내가 본 첫눈이니 첫눈이라고 우겨보려고. 일하다 말고 잠깐 나가서 눈을 맞고 왔어. 손바닥을 하늘을 향해 펴고 있으면 그 위에 작은 차가움으로 살포시 앉는 눈이 참 좋더라. 눈 온다고 연락하고 싶은 사람이 있었는데 연락은 못 했어. 짝사랑이라는 게 참, 그렇잖아. 티 내고 싶은데 티 내면 지금의 이 사이라도 망쳐버릴 것 같은 기분이라 몇 번이나 카톡을 켰다가 다시 끄기를 반복했어. 나도 그 사람이 말했던 것처럼 '누군가 우리를 점지해준 것처럼 참 잘 맞다'라고 느꼈어. 그래서 혹시나 내 작은 말 한 마디에 이 느슨한 관계가 끊어지기라도 할까 봐 더 조심하게 돼. 한 명만 마음을 가지는 관계는 다른 하나에게 너무 부담스러워지잖아. 부담스러움은 결국 어떤 식으로든.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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운수 좋은 날글/떠오르는 것 2018. 11. 21. 17:31
눈이 왔으면, 했다. 며칠 전부터 한 가지 일을 해결하지 못하고 끙끙대고 있다. 나 자신의 실수로 인해 막혀있는 일을 보면서 오늘은 머리 끝까지 열이 올랐다. 종일 얼굴이 뜨겁고 툭 치면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하루였다. 출근길에 언뜻 귀를 스쳤던 눈, 비 예보를 떠올렸다. 하늘에서 무언가 떨어지는 것은 기정 사실이었고, 온도에 따라 그것이 눈이 될지, 비가 될지만 정해지면 되는 것이었다. 오후 다섯시 경 창문 밖을 내다보았지만,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. 종일 오른 열에 머리가 멍했던 터라 눈이든 비든 시원하게 내려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. 함박눈이 펑펑 오거나, 옆 사람의 말이 들리지 않을 정도로 세찬 비가 내리거나. 조깅이라도 하고 싶은데 왠지 집에 도착하면 비가 내리기 시작할 것 같..